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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보관소/에너지 경제 & 기술

송전망 개방, 배출권 급등 이슈부터 데이터센터 전력 직공급까지

by energybit 2026. 5. 3.

전력 산업에 종사하면서도 매일 마주하는 국소적인 현장 업무에만 빠져 있다 보니, 정작 크게 돌아가는 업계 동향은 너무 모르는 것 같다는 문제의식을 느꼈다. 사실 회사에 다니면서 자기 분야의 좁은 업무만 하다 보면 다들 그렇게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예전부터 산업 전반을 폭넓게 이해하고 주식 투자 공부도 할 겸 증권사의 종목 및 산업 분석 리포트를 보라는 조언을 많이 봤는데, 막상 펴보면 딱딱한 금융 단어들 투성이라 쉽게 읽히지가 않았다. 그래도 내가 밥 벌어먹고 사는 업계 이야기라 그런지 인내심을 가지니 조금씩 내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하나증권 유재선 애널리스트님의 유틸리티 리포트가 매주 금요일마다 올라오는데 업계 동향을 파악하기에 꽤 알차다. 앞으로 이 리포트들을 읽으며 정보를 습득하고, 잘 모르거나 현업 관점에서 흥미로운 내용이 있으면 공부해서 이 블로그에 차근차근 정리해 보려고 한다.

 

https://finance.naver.com/research/industry_read.naver?nid=44387

 

유틸리티 산업분석 - 전력망 개방. 거버넌스보다 속도 이슈 : Npay 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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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장 및 정책

민간 주도 송전망 확충과 발전설비 이용률 개선 기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거시적 이슈는 국가기간 전력망 특별법 개정안 통과 소식이다. 그동안 한국전력이 독점하던 전력망 개발 사업에 민간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한전이 막대한 누적 적자로 인해 단기 자금 조달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보니, 완공 후 설비를 한전에 양도하는 건설이전(BT) 방식을 통해 전력망 건설 속도를 어떻게든 끌어올리겠다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사실 당장의 건설 자금 조달 문제는 피할 수 있겠지만, 민간 기업이 가져가는 마진과 이자 비용은 결국 한전의 요금 기저에 반영되어 미래의 우리가 낼 전기요금 인상 청구서로 돌아올 것이다. 또한 민간 기업이라고 해서 마법처럼 지역 주민들의 송전탑 반대를 잠재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공공기관인 한전보다는 토지 보상이나 지역 지원금 협상에서 규제가 덜하고 자금 집행이 유연하니 타결 속도는 훨씬 빠를 것이다.

 

물론 행정 지연을 줄인다고 해도 물리적인 철탑 공사 기간 자체가 길어서 현장에서 유의미한 송전 제약 해소를 체감하려면 앞으로 5년에서 10년 이상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진행 중인 동해안-신가평 초고압직류송전(HVDC) 프로젝트조차 지연되어 2027년에나 준공될 예정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고 손 놓고 있는 것보다는 백 번 낫다.

 

송전망 부족 문제가 지금 얼마나 심각하냐면, 2025년 초 기준 동해안 지역의 발전 설비 용량은 약 19GW에 달하는데 밖으로 실어 나를 수 있는 송전 용량은 고작 11GW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전력 당국은 혹시 모를 대정전에 대비해 초고압 송전선 두 선로가 동시에 고장 나는 비상 상황까지 가정한 N-2 기준을 상시 적용하여 송전량을 빡빡하게 제한하고 있다. 동해안 철탑에 문제가 생기면 물려있는 대형 원전이나 석탄 발전기들에 큰 무리가 가고 자칫 전국 블랙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좁은 송전망에 기저 전원인 원전이 먼저 전기를 꽉 채워 밀어 넣고 나면, 동해안에 몰려 있는 대규모 석탄 발전기들은 그대로 개점휴업 상태가 된다. 이 때문에 일부 민간 석탄 발전사들의 가동률이 30퍼센트 내외로 곤두박질치며 심각한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전력망 공급 부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삼척블루파워 / 사진 = 강원도민일보
전력망 공급 부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삼척블루파워 / 사진 = 강원도민일보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급등과 정부 개입 공식화

온실가스 배출권(KAU25) 가격이 연초 대비 63.5퍼센트 급등하며 17,000원에 도달했다. 배출권 가격의 급등은 정부가 4차 배출권 기본계획(2026~2030년)에 접어들며 기업들에게 무상으로 주는 할당량을 3차 대비 약 18퍼센트나 줄여버린 공급 통제가 핵심 원인이다. 발전사나 산업계가 시장에서 돈을 주고 사야 하는 배출권 양이 구조적으로 늘어나니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진 것이다.

 

2022년부터 도입된 환경급전 제도 아래에서는 단순 연료비와 변동 운영유지비에 이 배출권 가격을 반영한 환경비용을 모두 더해 급전 순위를 결정한다. 석탄 발전의 배출계수가 천연가스(LNG) 발전보다 두 배가량 높다 보니, 배출권 가격이 뛰면 석탄 발전기의 변동비가 훅 올라가서 이론상 비용이 저렴한 순서대로 발전기를 켜는 급전 순위표에서 석탄이 LNG에 밀려나는 현상까지 벌어질 수 있다.

 

한편에서는 가스요금 안정을 위해 발전용 천연가스 개별소비세율을 킬로그램당 60원에서 액화석유가스(LPG) 수준인 20원으로 깎아주려는 법안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이 세금은 가스공사가 내든 직도입 발전사가 내든 결국 최종 발전기 변동비 단가를 구성하게 되는데, 세금이 인하되면 첨두 부하 시장에서 LNG 발전기의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이다.

발전기 변동비 산식: `연료비 단가 + 변동 운영유지비(O&M) + 단위당 환경비용(온실가스)`

단위당 환경비용 산식: `배출계수(tCO2/MWh) × 배출권 가격(원/tCO2) × 유상할당 비율`

 

2. 원가 지표

중동 리스크발 연료비 상승과 SMP 전망

시장의 원가 지표를 살펴보면 최근 호르무즈 해협 위기 같은 중동 리스크로 유가가 우상향하면서 5월 발전용 가스 요금도 전월 대비 7.5퍼센트나 올랐다. 가스 요금이 오르면 덩달아 5월 계통한계가격(SMP)도 130원 수준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연료비가 올라 SMP가 뛰면, 시장에서 싼값에 전기를 만들어 비싼 SMP로 정산받는 기저 전원인 원자력이나 석탄, 신재생 발전사들은 정산 수익이 늘어난다. 하지만 직접 비싼 천연가스를 사 와서 전기를 만들어야 하는 LNG 발전소들은 엄청난 원가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이란 전쟁 발발 이래 처음으로 LNG를 가득 실은 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UAE 소유 운반선 무바라즈호 / 사진 = 뉴시스

 

열-전기 비중에 따른 집단에너지 실적 이원화 현상

이런 전력 시장 구조 속에서 요즘 가장 골치 아픈 곳이 바로 지역난방공사 같은 집단에너지, 즉 열병합 발전소들이다. 열병합 발전소는 수익 구조가 전기와 열로 이원화되어 있어 늘 딜레마를 겪는다. 당장 지난 한 해 실적만 보더라도 열 부문은 판매량과 단가 상승으로 돈을 벌었지만 전기 부문은 당시 글로벌 가스 가격 안정화에 따른 SMP 하락 여파로 매출이 깎이는 아픔을 겪었다. 그런데 올해는 반대로 중동 리스크로 연료비가 급등하며 또 다른 원가 압박을 받고 있으니 진퇴양난이다.

 

열병합 발전소의 독특한 운전 모드를 이해하면 이들이 왜 이렇게 시장 변동성에 취약한지 알 수 있다. 먼저 열추종운전은 물리적인 설비 운전 방식 관점의 용어이다. 발전소의 제어 기준을 오직 지역 주민들에게 공급할 열 수요에 맞추어 보일러와 가스터빈 출력을 결정하고, 전기는 그저 열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취급을 하는 방식이다. 겨울에는 오직 난방을 위해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여름에는 전기가 아무리 부족해도 열 수요가 없으면 가동을 최소화한다.

 

열제약발전은 전력 시장 관점의 용어이다. 평균적인 SMP가 아무리 높게 형성되는 시기라고 해도, 봄/가을철 낮 시간대처럼 태양광 발전이 넘쳐나서 SMP가 60원까지 일시적으로 폭락하는 구간이 발생한다. 이때 발전소의 가스 원가는 120원이라고 치자. 경제성만 따지면 당장 발전기 스위치를 내려야 하지만, 설비를 끄면 당장 지역 주민들의 온수와 난방이 끊긴다. 결국 발전소는 전력거래소에 우리는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더라도 법적인 열 공급 의무 때문에 무조건 발전을 해야 하니 계통에 억지로 붙여달라고 간청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열제약발전이다. 결국 열을 팔아서 돈을 벌어도, 전기를 팔 때마다 적자가 쌓이는 셈이다.

 

3. 업계 및 신기술 동향

SGC에너지: 데이터센터 결합형 하이퍼스케일 발전 사업

마지막으로 흥미로웠던 업계 동향은 SGC에너지의 데이터센터 결합형 발전 사업이다. 자회사 부지에 무려 300MW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해서 전기를 직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IT 대기업들이 조 단위의 막대한 자본을 들여 직접 발전소를 짓지 않았던 이유는, 애초에 한전의 산업용 전기가 세계적으로도 워낙 쌌기 때문이다. 굳이 발전소 부지를 확보하고 엄청난 님비 현상을 뚫어가며 인허가를 받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송전망이 포화 상태라 데이터센터를 짓고 싶어도 계통에 연결하지 못해 몇 년씩 줄을 서야 한다. 이때 SGC에너지처럼 이미 부지와 발전소 운영 노하우를 갖춘 곳이 회사 땅에서 전기를 만들어 송전망을 거치지 않고 바로 옆에 직공급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IT 기업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송배전망 보강을 기다릴 필요도 없고, 100퍼센트 바이오매스 전력을 쓰게 되니 단번에 글로벌 트렌드인 RE100까지 달성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100% 바이오매스 발전소와 CFBC 보일러

그런데 석탄에 우드 펠릿을 조금씩 섞어 태우는 것도 문제가 많은데 과연 순수 바이오매스 100퍼센트로 수백 MW 단위의 대규모 발전이 정말 안정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기존 미분탄 보일러에 나무 펠릿을 혼소하면 효율이 떨어지거나 노 내부 튜브가 터지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우드 팰릿 / 사진 = SGC그린파워
우드 팰릿 / 사진 = SGC그린파워

 

그 비밀은 바로 보일러 노형 자체에 있다. 100퍼센트 바이오매스 발전소는 일반적인 설비가 아니라 순환유동층(CFBC) 보일러를 쓴다. 모래 같은 유동 매체를 바람으로 띄워 연료와 섞어 태우는 방식이라 연소 온도가 800도에서 900도 정도로 꽤 낮다. 온도가 낮다 보니 바이오매스 안의 알칼리 금속 성분이 고온에 녹아서 찐득하게 떡지는 대신 재 형태로 원활하게 배출되어 튜브에 들러붙는 현상이 훨씬 적다.

 

질소산화물 배출도 줄일 수 있어 분명 훌륭한 친환경 설비이긴 하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뜨겁고 거친 모래바람이 노 내부를 쉴 새 없이 긁어대서 튜브를 얇게 만들어 터뜨리며, 덜 탄 불완전 연소 가루들이 모여 있다가 갑자기 2차 연소를 일으켜 폭발음을 낼 수도 있다. 심지어 엉겨 붙은 모래 떡이 하부의 공기 노즐을 막아버리면 보일러 내부 압력을 미친 듯이 요동치게 만들기도 한다. 한마디로 환경에는 좋지만, 태생적으로 유지보수가 어려운 설비이다. 나는 생소한 설비라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다.